어느 따뜻한 봄날, 두 분의 의뢰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부부 사이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님, 저희는 상속 문제로 왔어요. 얼마 전 홀로 사시는 어머님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부모님 재산을 나누어야 하는데, 제가 첫째고 얘가 셋째인데 둘째놈이 부모님 재산을 자기 앞으로 해놓고 안 주네요."
다 같이 모여 대화를 해보려 했지만...
"아, 왜 자꾸 전화질이야?"
"아, 왜냐니... 상속받은 재산 우리 셋이 나눠야지. 좋게 대화로 잘 해보자."
"엄마가 나한테만 물려준 건데 내가 왜 나눠줘야 돼?"
"뭘 너한테만 물려줘? 네가 뺏어다 피... 가져간 거지."
"아이, 내가 뭘 뺏어?"
"돈 안 주면 행패를 부려대니 엄마가 무서워서 그러신 거지. 너 젊었을 때부터 돈 달라고 엄마 때린 게 한두 번이야?"
"뭐가 어째?"
둘째 동생은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한 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눌 수가 없었어요.
"네, 그러셨군요. 소장 받으면 계속 그렇게 외면할 수는 없을 겁니다."
"네, 소송 걸어보면 정신 좀 차리겠지."
"같이 오신 동생분은 좀 과묵한 성격이신가 봐요. 말씀이 한 마디도 없으셔서..."
"아, 얘가 늦둥이로 태어나서 둘째랑 열 살 정도 터울이 있는데, 그 못된 놈이 어린 동생을 얼마나 때리고 괴롭혔는지...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형 이야기만 나오면 무서워서 말수가 없어져요."
"너무 고생하셨네요. 마음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죠. 그래도 이제 변호사가 함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의뢰인들이 돌아간 그날 저녁, 류 변호사를 불러 이번 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류 변호사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류 변호사로 말할 것 같으면 수학을 하기 싫어 법학과에 진학했지만, 어쩌다 보니 숫자와 씨름하는 사건에서 자꾸 승소하게 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혹시 이번에도 숫자와 씨름해야 하는 사건일까요?"
"시급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계산이 있기는 합니다."
"아, 둘째 아들이 상속 재산을 독차지하려고 하네요. 가정 폭력을 저지르기도 하고, 이미 받아간 재산이 많이 있음에도 6억이나 더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재판부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네, 사건 잘 승소해 보겠습니다."
재판 당일, 판결은 저희가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총 재산이 얼마인지 아직 확실히 규정되지 않았지만, 피고가 요구한 금액은 너무 크긴 하네요. 총 재산의 절반을 혼자 가져가겠다는 건데, 3등분으로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방향으로 가시죠."
서류를 꼼꼼히 정리한 덕에 빨리 끝났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와 셋째 동생분과 복도를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습니다.
"어이!"
누군가 하고 뒤돌아보니 의뢰인의 둘째 형이었습니다.
"야, 너 대답 안 하냐?"
의뢰인의 형님은 저희 쪽으로 다가와 동생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습니다.
"야 이 새끼, 많이 컸다. 형한테 기합이고. 형이 봐줄 테니 5억으로 합의해."
의뢰인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린아이로 돌아갔습니다.
"이... 이러지 마시고 서면으로 하시죠."
"당신은 뭔데? 껴들이고..."
"이런 식은 옳지 않은 것 같네요. 서류를 쓰셔서 다음 재판에..."
"남의 가족사에 대해 당신이 뭘 한다고 그래? 상황상 내가 5억은 받아야 맞다니까!"
정중하게 말씀드려도 듣질 않자 저도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아니, 재판 끝났는데 뭐 하시는 거예요? 판사님 앞에서는 혼날까 봐 말도 못 하고, 이렇게 복도에서 기싸움으로 이기려 드시는 거 아닙니까?"
제가 그렇게 큰 소리로 쏘아붙이자 둘째 형님과 상대 변호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렇게 복도에서 한바탕 고성이 오고 간 후 상대방 측은 포기하고 돌아갔어요.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안 하고,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사과를 하더군요.
"미안합니다. 우리 형이 너무 복잡해서..."
"아니에요. 종종 있는 일입니다."
저는 재판을 다녀온 그날 저녁, 조 변호사께 복도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5억만 달라고 복도에서 생떼를 쓰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라고요."
"그러게요. 판사님 의견은 어떠세요?"
"판사님은 3등분으로 나누자는 의견이셨어요."
"총 재산이 얼마죠?"
"지금 조사 중인데 13억 정도 될 것 같아요."
"13억이라면 4억 3천만 원씩 나누게 되나요?"
"네, 3등분이면 그렇게 되는데, 그분은 절대 4억 3천만 원을 받으실 수 없을 겁니다. 예전에 받아간 돈을 제가 최대한 제외할 거니까요."
"좋습니다."
어느덧 두 번째 재판일이 되었습니다.
"음... 조사 결과 총 재산은 13억입니다. 3등분으로 나누시죠. 4억 3천만 원 정도씩 되겠네요."
"판사님,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피고는 이미 어머님께 많은 재산을 증여받은 바 있습니다. 그 부분을 제외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과연 그렇네요. 그렇다면 피고가 증여받은 재산 8천만 원을 반영하여 피고는 3억 5천, 원고는 각각 4억 8천씩 나누도록 하죠."
그렇게 재산 분할은 합당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6억을 달라고 주장하던 피고는 결국 3억 5천을 받고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아닙니다. 이제 걱정 없이 사세요. 고생 많으셨습니다."